의료인이 보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최근 목요일 저녁이면 자연스럽게 티비를 켜고 보는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목요일 저녁 tvN 에서 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이였다
내가 종합병원에서 그것도 외과의들만 많이 만나는 수술실에서 근무를 10년가량 했었던 의료인이였던지라 티비에서 하는 의학드라마들을 여러편 보았지만 볼때마다 사실 그닥 재미있지 않았고 또한 비슷하지는 하지만 병원 현실과의 괴리감이 많이 있었고 그래서 재미있게 봐지지가 않고 그냥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티비에서 등장하는 여러가지 직업군이 있지만 사실 진짜 그 직업군의 사람들은 볼때마다 뭔가 어색함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로 의학드라마들을 제법 보았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도 있지만 그래도 왠지 불편하고 어색해서 자꾸 채널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에서 연애도 하고 환자와의 갈등도 있고 사고도 있고 드라마처럼 수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드라마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항상 않다는것... 감동을 줄만한 일들은 10년을 일해도 몇번 본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처럼 멋진 의사로 존경할만한 의사선생님이라고 생각드는 분이 내 머리속에 있었나 ....그런 생각 ㅎ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고 그 시간이 되면 티비를 켜고 있는 나를 보게 되어서 신기했다.
물론 슬의생에 나오는 인물들을 놓고보면 세상에 그런 의사들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의사들이다.
일단 그렇게 실력이 있는 교수님 이라고 부르는 의사샘들이 보호자와 그렇게 깊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ㅋㅋ
수술 하나만 해도 하루가 가고 거기에 수술을 위한 컨퍼런스도 가져야되고 의대생들 강의도 해야되고 외래로 오는 환자도 봐야 되고 다른 과와의 협력수술도 해야되는 아주 많은 일들이 있어서 밴드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개인적인 취미생활까지 하려면 보호자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긴시간 설명을 하고 언제던지 달려와 줄 수는 없는 분들이 종합병원 교수 의사선생님들이라고 봐야 된다.
물론 지금은 노동환경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의사선생님들도 24시간 당직을 연속으로 하고 그러지는 않지만 그런 만큼 환자들의 사정을 하나하나 다 알아봐주고 그들의 사정과 감정에 귀기울여 주기는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 슬의생에 나오는 의사들은 누구하나 그렇게 피곤에 쩔어있는 의사를 볼 수가 없고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며 인간적이라서 어떨 때는 그래 드라마니까 라고 생각하고 보기도 했다.
현실에서 있을 수도 없는 슬기로운 의사가 아닌 슬기로운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왜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드라마를 기다리고 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을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그건 직업으로서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생활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의사들이 슬의생에 나오는 5명의 의사처럼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우리가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의료인이고 함께 종합병원에 근무를 하고 있을 때에도 내 가족이나 친지들 친구들을 병원에서 만나게 될 때 정말 슬의생의 의사들 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공감해주며 질병이전에 가족의 마음을 짚어주며 진료를 해주는 의사들을 단 한명도 만난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슬의생에서 5명의 주인공들이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과 공감대를 맞추는 진료와 수술들이 눈물나게 반가웠던 것이 아니였을까
세상의 모든 환자나 그의 가족들이 나처럼이 아닌 슬의생의 그 의사들 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의 말과 손길을 한번이라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종영을 아쉬워했던 것 같다.
참 좋은 드라마였고 조정석이 더 좋아졌고 뮤지컬 배우인 이미도는 어떻게 음치역할을 그렇게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