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길고양이를 망설이다 놓쳤다
우리집 마당은 오픈되어있다
도심지역의 주택가라서 옆집으로 통하는 담도 비교적 낮은 편이고 골목 도로와도 가깝다.
아파트에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난뒤에 갑자기 내게 다가온 것이 강아지와 고양이였다
강아지는 딸이 키우고 싶어서 데려왔다가 원룸에서 키울수 없게되자 나에게 보내졌다
딸의 원죄를 뒤집어썼다고나 해야될까?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 끝까지 지켜줘야된다고 생각하고 반려견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대형견이라서 갑자기 펑튀기 아저씨가 다녀가고 4개월만에 덩치가 엄청나게 커지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였다.
엄청 당황스러운 시간들이였지만 나는 개에 대해서, 리트리버라는 견종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실천하고 함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반려견은 우리속으로 스며들어가서 이제는 내 목숨만큼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마당에는 수없이 오가는 길고양이들이 생겼다.
어느날 한마리가 들어와서 새끼를 낳아서 길고양이 가족이 6이 되었고 그저 밥먹으러 오가는 길천사까지 거의 1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이 오고갔다.
내가 개사료보다 고양이사료에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돈이 아깝지 않았다.
매일 아침에 내가 나와서 밥주기를 기다리는 길고양이 아이들.
처음엔 그렇게 경계심이 강했고 새끼들은 어찌나 교육을 잘 시켰는지 처음에는 우리 마당에 존재하는지 조차도 숨겨서 몰랐었다.
그 새끼고양이를 찾아낸 것은 나의 반려견 ㅎㅎ
창밖을 자꾸 쳐다보며 짖길레 우연히 보게된 길고양이 아기들의 모습에 반했다.
생명은 어려서는 모두가 어쩜 그리 귀여울 수 있는지 싶었다.
매일 매일 훔쳐보다가 그만큼 밥그릇 수도 늘려갔고 양도 늘려주었더니 이젠 내가 나와도 몰래 얼굴을 삐쭉 내밀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냥이는 말리기 바쁜 듯이 보였지만 이미 맛난 밥에 길들여진 아기고양이들은 겁도 없이 막 나오기 시작했었다.
사람도 같은 형제라도 서로 성향이 다르듯이 아기고양이들은 성장하며 나를 대하는 태도도 4마리가 다 달랐다.
끝까지 곁은 주지않고 경계심이 대단한 아이도 있었고 겁이 많아서 끝내 다가오지 못하는 아기냥이도 있었지만 그중에 한마리 내가 레오라고 이름지어준 냥이는 아침마다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제일 먼저 달려와서 반겨주고 츄르까지 먹여주고 쓰담쓰담도 허락해주는 아이였다.
반려묘보다 더 사랑스러웠던 길고양이 레오.
길고양이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우리집 마당이 그들에게 조그만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캣맘님들 처럼 나가서 케어해주지는 못하지만 우리 마당에서만이라도 편안한 시간으로 배고프지 않는 시간으로 있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은 수없이 드나들던 길고양이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수 만은 없었던 것 같고 그렇게 영원히 아침을 반겨줄 것 같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사랑스러웠던 레오는 정말 더 오래 마당에 머물렀다면 비오는날 추운날을 거치면서 나는 불안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망설이는 순간 그 아이를 놓쳐버렸다.
갑자기 사라진건 어떤 의미일까......늘 생각해본다.
나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예전의 우리집을 오가던 길고양이들도 가끔 다시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그것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제발 다시 한번 레오의 사랑스러움을 느껴보고 싶다.
우리집 마당에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나주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망설이다가 이제는 놓쳐버리는 일은 안할지도 모르겠다.